하루아침에 사라진 장성군 평림댐 "소나무"

- 20년 수령 40여 그루 뿌리째 뽑혀 사라져
- 장성군 "주민 민원 …법적인 문제 없어"

박주환 기자 oms0852@hanmail.net
2023년 12월 08일(금) 13:38
전남 장성군 삼계면 평림댐 입구 국유지에 소나무 수십그루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 사진
겨울 한 철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 전국의 상춘객이 찾는 지역의 한 관광명소 소나무 수십그루가 불법으로 벌목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수옥리 주민들에 따르면 평림댐 입구 도로변 농림지역 200여 평의 국유지 소나무 4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소나무의 수령은 평균 20여 년으로 나무 밑동의 직경은 20cm이상으로 확인됐다.

벌목 현장을 처음 목격한 마을 주민 A씨는 이제 막 작업을 끝낸 인부에게 "누가 이렇게 무단으로 벌목을 했느냐"고 물었고, 인부는 "장성군 산림편백과의 지시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훼손된 현장에 포크레인이 평탄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

인부들은 전기톱으로 밑동을 자르고 토막을 낸 후 포크레인으로 뿌리째 뽑아 올린 방식으로 현장을 훼손했다. 더 큰 문제는 나무를 벤 흔적을 은폐하려는 듯 소나무 가지 등 잔해는 흙으로 덮어 놓았고, 토막을 낸 소나무는 인근 마을 모처에 화목으로 사용하라며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현재는 포크레인으로 평탄작업을 마무리해 훼손된 현장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일은 지난 1일 이후 나흘 간에 걸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불법 벌목 의혹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장성군 산림편백과 관계자는 "리기다소나무는 다른 소나무에 비해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10m³이내의 소나무는 사전 신고 없이 벌목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치되다시피한 현장의 소나무와 잡목 등을 정리해 달라는 인근 마을주민들의 민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산산이 토막난 소나무들이 평림댐 인근 마을 모처에 쌓여있다. / 사진

하지만 장성군의 해명과 달리 훼손된 나무들은 리기다소나무 뿐만 아니라 잣나무와 상수리 등으로 확인됐고, 대부분의 소나무는 10m³가 넘은 것들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인근 수각마을 이장은 "혹시 마을의 다른 분들이 민원을 제기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장성군에 잡목제거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통상 마을의 크고 작은 민원을 제기할 때는 마을의 대표격인 이장을 통해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마을주민들의 민원 때문이었다는 장성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보자 A씨는 "소나무 수종도 모른 채 40년이 넘는 소나무를 하루아침에 뿌리째 뽑아 훼손한 것은 장성군의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며 "향후 마을 주민은 물론 환경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장성군의 안이한 환경정책에 대한 문제를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주환 기자 oms0852@hanmail.net
이 기사는 호남도민일보 홈페이지(ndjb.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ndjb.co.kr/44236331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31일 18:05:17